도시 안에서 옛 아파트가 사라지고, 또 새 아파트가 생겨나는 일은 반복된다. 인간이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한 그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만약 아무것도 부수지 않고 아무것도 짓지 않는 도시가 있다면, 그곳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도시가 아닐까. 그런 도시는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다. 멀리서 보면, 아파트가 사라지는 풍경은 마치 한 인간이 죽어 가고 또 한 인간이 태어나는 생명의 순환처럼 어쩔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생명의 순리인 인간의 죽음 앞에서 슬픔과 안타까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처럼, 한 아파트가 사라지는 풍경 앞에서도 비슷한 감정이 느껴진다. 가까이에서 보면 단순히 한 건물이 철거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살아가던 집이, 그 집에 담긴 삶의 시간과 기억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류준열의 사진작업 《부재의 아카이브》는 멀리서 공간의 변화를 목격하고, 또 가까이에서 삶의 흔적을 증언한다. 그는 전작 《아파트 숲》을 통해 2015년부터 재건축 인가를 받는 2017년 전까지 둔촌주공아파트의 사계절을 기록했다. 오래된 아파트만 품을 수 있는 울창한 숲에 계절마다 찾아드는 다채로운 빛을 정감 어린 시선으로 포착했다. 그다음 작업인 《부재의 아카이브》에서는 재건축 인가 이후 아파트 주민들이 떠나고 아파트가 철거되는 모습과 철거과정에서 버려지고 남겨진 물건들을 수집해 촬영했다. 주로 어두운 느낌으로 찍은 철거 중인 아파트 이미지가 마치 영정사진처럼 다가온다면, 하얀 배경에서 찍은 사물 이미지는 증명사진이 떠오른다. 아파트의 마지막 포즈를 목격하는 사진과 이곳에도 삶이 있었다고 증언하는 사진은 서로 시각적인 대구를 이룬다. 이처럼 영정사진과 증명사진으로 구성된 《부재의 아카이브》는 한 아파트의 죽음과 삶을 기억하려는 어떤 사진가의 애도의식처럼 읽혀진다. 사람이든, 집이든, 어떤 사라짐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그런 애도의 시간이 아닐까, 마음껏 슬퍼할 수 있고, 또 충분히 기억할 수 있는 시간들.